어르신 얘기를 듣다 보면 옛날에는 저축만 해도 먹고살 수 있던 시절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릴 때(90년대)만 하더라도 저축을 강조했었죠. 그 당시엔 17.85%라는 역대 최고 금리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는지, 모두가 신나서 저축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역대 최고 금리
17.85% 금리 생각만해도 달달해 보이고, 내 모든 돈을 털어서 넣고 싶지 않나요? 정확히 IMF가 지난 98년 1월의 은행 이자율입니다. 이 금리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금리 이유를 말씀드리기 앞서 이전 상황을 아셔야 합니다.
70년대는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3부'라는 말로 모임을 했습니다. 이들은 연이자로 치면 30~40%에 달하는 이자죠. 물론 공식적인 이자도 아닐뿐더러 당시엔 금리 개념도 흐려서 정확힌 비교는 할 수 없습니다. 아마 이 시절이 비공식 역대 최고 금리 시절이 아니었을까요?
일본 고베 대지진
95년 1월 일본 고베 대지진으로 인해 6300여명이 사망하며, 일본 경제와 사회에 큰 타격을 줬습니다. 당시 저금리 시대였던 일본은 보험사들이 외국에 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고베 대지진으로 인해 보험금을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되자 동시다발적으로 외화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엔화는 초강세로 접어들었어요.
상황을 만회하고자, G7회담에서 지난 엔화 높이기를 유도했던 플라자합의의 반대로 엔화를 낮추기 위한 역플라자합의를 제안하여 수락됩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한국은 일본의 엔화강세에 우리나라가 수출로 이윤을 벌기 좋은 시대가 됐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해외 진출을 목표로 설비와 인원에 대거 투자를 하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대출은 많아지고 일자리는 상승해서 경제성장률은 거의 10%에 달할 정도로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아시아의 네 마리의 용 중 한 국가로 불렸으니까요.
역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가 다시 약화되면서 우리나라 제품의 수출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달러, 원화 대출을 할 수 있는 대로 끌어서 하던 시절이기 때문이죠. 졸지에 우리나라 기업에 빚이 산더미가 됐습니다. 원화 약세가 보이기 시작하자 관리변동환율제를 이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달러를 팔아서 원화를 사들이는 행위를 반복해서 결국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 나라의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보인 다는 것은 그 나라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대한민국은 IMF 구제금융 신청을 하게 됐고, 조건으로 외국인 투자자 유입 완화, 후순위 채권 판매, 해고규제완화 등 갖가지 규제와 함께 대한민국 경제와 안정은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IMF 이후 대한민국
IMF 직후 우리나라 금리는 최고 17.85%까지 올랐습니다. 당시 광고에는 3년간 65%의 투자 수익률을 보장하겠다는 문구가 있을 정도였는데요. 이렇게 까지 투자금을 모으려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1. 은행의 BIS 회복
자기자본 확보를 통한 은행 신뢰도 회복
2. 투자 심리 위축
IMF 이전 종금사의 파산으로 투자금 회수 못 한 국민이 많아서 투자 심리가 위축됨
이외의 이유가 많겠지만, 결론적으로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라면 BIS 회복과 투자 심리를 일으키는 것이 중요했겠죠. 그러니 비현실적인 17.85%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직전연도에 많은 종금사가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해서 망하는 것을 눈으로 보았습니다. 이런 상황에 내 돈 단 몇천만 원이라도 맡길 용기가 생길까요? 쉽게 손 나가는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금리는 경제성장률이 상승해야 같이 오를 수 있습니다. 만약 저성장 시대라면 금리가 오를 확률이 적겠죠. 예를 들어, 각 회사의 생산성이 줄어든다면 설비 투자나 인원 감축을 해서 추가적인 돈이 필요 없을 테고, 대출도 필요 없으니 수요가 감소합니다. 결국 금리는 내려가게 되는 거겠죠.
코로나 이전 제로금리였던 대한민국은 다시 금리가 오르고있지만,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추경예산이 나오면서 풀었던 돈을 다시 회수하는 방법 중 하나인 거죠.
저도 사실 과거 17.85% 금리를 받았다는 얘기만 들었을 때, '너무 편한 사회다'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힘든 과정을 겪고 다시 일어나신 분들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저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에 항상 감사하며 살고, 또 위기를 닥치지 않게 어딘가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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